전염병의 세계사 - 전염병과 함계 해온 인류의 적응기 서평

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나의 점수 : ★★★★★

전쟁의 세계사의 저자 윌리엄 맥닐의 또 다른 작품. 전쟁의 세계사에서 보여줬던 유려한 문체의 서술이 좋다.




생물학적 기본 지식이 없으면, 읽기는 좀 어렵다. 미생물 세계의 거시 기생과 미시 기생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사회 유기체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전염병이 과거 어떤 형태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사회에 일부분으로 자리잡아 가는지 아는데 매우 좋은 책이라고 보인다.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전염병의 세균은 인간으로서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였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활 문화와 습관, 종교적 관습은 이런 위험으로 벗어나기 위해 형성되고는 했다.(물론 그것이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관습들은 오히려 전염병이 더 심하게 퍼지는 원인이 되고는 했다.)



이런 질병에 대응하는 과정은 싫건 좋건 인간의 사회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종교적인 관점에서 3~4세기 기독교의 발흥이나 너무도 쉽게 아즈텍 사회가 무너진 이유도 통제 불가능한 심각한 전염병의 창궐에서 원일을 찾을 수 있다. 툭하면 도시와 마을의 구성원이 순식간에 몰살당하는 과정 속에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절망한 인간들이 기존의 신과 질서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현실주의적인 기존의 그리스-로마 철학과는 달리 내세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기독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안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즈텍 사회에서도 치명적인 질병(아마 천연두였다고 추측된다.)이 창궐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신과 사회 체제는 이 질병에 대한 설명도 대응도 불가능했다. 더욱이 스페인 사람들은 걸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아즈텍의 구성원들이 더더욱 쉽게 기존 질서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었음은 당연하다.



저자인 윌리엄 맥닐은 이런 전염병이라고 하는 치명적인 그러나 통제가 전혀 불가능한 요인이 역사가들에게 너무 과소 평가되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어떤 필연적 결과라기 보다 어떤 우발적인 사고이며, 역사학자들에게는 그리 유쾌한 변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역사가들에게 전염병의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긴 하다.



사실 과도하게 치명적인 질병은 오히려 질병균으로서 계속 존재하기는 매우 힘들다. 전염이 되기 위해서는 숙주가 필요한 건데 그 숙주가 쉽게 죽어버리기 때문에 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는 전염병의 숙주들은 균 자체에 치명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나 벼룩, 또는 모기와 파리 등이다.

전염병의 원류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덥고 습한 지방은 병원균이 숙주 밖에서도 꽤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질병이 많이 있다. 지금도 정글은 온갖 병원균의 고향으로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다.(키니네 도입 이전까지 인류는 정글에 쉽게 들어서지 못했다. 지금도 말라리아가 많은 아프리카 중부 지대의 경우 아예 인류 자체가 말라리아에 좀 더 강한 면역을 가지는 형태로 자연 선택되었다;;;) 그 밖에도 소와 돼지 같은 가축의 질병이 인간에게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물론 그 역도 가능하다.;;) 어느 TV시리즈에서 한 외계인이 "인간들 내장에 세균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걸어다니는 세균 덩어리라구요.."라고 하는데 사실임.. 사실 에이즈도 푸른 원숭이에게서 온 질병으로 추측되고 몇 차례 유명한 조류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했었다.

또한 지리적으로 교류가 많아지면서 해당 지역의 풍토병이던 것이 전 대륙적인 질병으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원래 페스트는 히말라야 산맥의 풍토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끼리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페스트는 점점 퍼져 나갔고 몽골군과 함께 페스트는 전 대륙적인 질병이 되었다(...)

신대륙의 경우 오랫동안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질병에 대단히 취약하였다. 한 때 북미지역 인디언들에게서 뇌막염이 집중적으로 발병되었는데, 원인은 놀랍게도 결핵균이었다. 사실 유럽대륙에서는 결핵균이 뇌로 침입하는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없다. 불행히도 북미 대륙에는 유럽지역의 결핵균이 없었고 따라서 북미지역 인디언들은 결핵균에 대한 내성이 유럽 지역에 비해 심하게 떨어진 것이다.

1차 대전때만 해도 도시 지역의 허약한 애들이 질병에는 더 내성이 있어서 시골 지역의 건강한 청년보다 참호전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는 생존율이 오히려 높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는 인류는 질병에 대한 적응력을 계속 높여 왔다는 이야기.. 신대륙이 질병이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았던 것은 이런 질병들로부터 오랫동안 격리되었기 때문이고..



사실 인간이 전 지구의 지배자가 되면서 인간은 계속 교류해 왔고 이런 교류는 꾸준하게 질병도 같이 교환하는 체계로 자리잡았다. 3세기에도 있었던 로마의 대혼란기는 동방으로부터 전래된 전염병 탓이 아닌가 하고 주장하고 있다.

이 첵의 최대 단점은 맥닐도 지적하듯이 어떤 사료에 의한 정밀한 검증과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맥닐은 방대한 자료를 통하여 추론하고 하나의 가설을 세웠지만(그 가설의 설득력은 매우 높다.) 그 자체로 어떤 입증된 결과는 아니다. 아직 우리는 3세기의 전염병이 로마 사회에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알지 못하듯이 대부분의 경우 과거 전염병의 결과는 무었이었는지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뭐 저자도 자신의 책을 바탕을 어떤 연구가 계속 되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고.. 약간 그런 부분에서는 미진한 책..


덧글

  • 한단인 2011/04/29 12:22 #

    오호.. 전쟁의 세계사도 재밌었는데 전염병도 썼군요. 기회되면 찾아봐야겠네요
  • 델카이저 2011/04/29 14:05 #

    무려 휴먼 웹2.0도 있습니다.;;;;;

    전쟁의 세계사는 깔끔한 완결이었지만 이건 연구에 대한 개진이라는 점에서는 좀 차이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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